본문바로가기
재단기획
대관공연
축제
전시
오늘

공식리뷰단

[2023 공식리뷰단] <파롱이>_윤소정 극작가
작성자시스템관리자
등록일2023-08-18 18:56:48

 

# 낮은 영웅들에게서 얻는 기쁨

희롱하여 놀림이라는 뜻의 단어처럼 파롱이는 가장 연약하고 볼품없는 병아리였다. 그랬기 때문에 들개들의 습격에서도 혼자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다른 형제들이 깃털을 뽐내고 활기찬 것에 반해 파롱이는, 누가 봐도, 열외의 존재.

그런 파롱이가 특훈을 통해 슈퍼닭이 되어가는 과정을 연극은 그린다.

가장 연약하고 조롱거리였던 존재가 노력과 진심과 훈련을 통해 영웅이 되어가는 과정은, 언제나 울림을 준다.

아기장수설화에서처럼 이미 강하게 태어난 존재가 외부의 압력을 딛고 영웅이 되는 것과 달리 가장 낮은 데에서 태어난 영웅이다.

언제부턴가 날 때부터 특별한 힘을 가지고 태어나는 영웅은 어쩐지 매력이 없다.

부딪치고, 좌절하고, 나아가고, 또 부딪치고, 또 나아가는 낮은 영웅들에게서 우리는 희망이라는 것을 발견한다.  

특히나 영웅서사가 아동극으로 발현될 때에는 그 효과가 더 큰 것 같다. 아이들은 <파롱이>를 보고 감동적이라고 표현했다.

병약하고 볼품없던 존재가 극 안에서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기쁨이라고 말이다.

 

제일 생각나는 건 파롱이예요. - 이규안(10)

 

보통은 어떤 점이 재밌었다거나, 무언가가 신기했다던가 하는 이야기가 앞설 텐데, 아이는 파롱이그 자체를 이 극의 대표키워드로 뽑았다.

주인공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여타의 다른 극에서는 없었던 일이라 엄마인 나도 무척이나 신기했다.

영웅으로서의 파롱이에 깊게 이입을 하고 응원을 할 결과이자, 또 자신과 동일시한 그 무엇이라고 생각되었다. ‘파롱이처럼 나도하는 마음 말이다.

 

(너무 많은 좌절을 겪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용기를 잃지 않은 파롱이를 위로해주고도 싶었어요. - 이규강(12)

 

큰 아이는 보다 과정으로 접근하였다. 가장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던가.

아이는 파롱이에게서 꺾이지 않는 용기를 읽었고, 나아가 용기를 계속 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을 느꼈다고 했다.

파롱이의 슈퍼닭 영웅서사를 따라가지만, 결국 파롱이는 엄마도, 형제들도 모두 잃고, 혼자 또 앞으로도 용기를 내며 살아가야할 존재이니까.

 

# 부드러움 

큰 아이의 대표키워드는 부드러움이었다.

<파롱이>가 왜인지 부드럽다고 했다. 파롱이의 스토리가 부드럽게 진행되는가, 매끄러움과 비슷한 말인가,

그것도 아니면 퍼펫터의 물결 같은 옷이 부드러웠을까, 하는 우스개 질문을 던졌는데, 아이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부드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이후 몇몇의 문답으로 파악해본 결과, 이 극이 담고 있는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선한 어떤 영역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파롱이라는 심성 고운 아이와 더불어, 파롱이네 가족을 가장 괴롭히던 들개도 사실은 가여운 존재였다는 것이 밝혀졌을 때, 아이는 이 극에서 부드러움을 발견했던 것 같다.

 

# 정크아트라는 말은 몰라도 신기한 재활용품 퍼펫

<파롱이> 관극이 끝나고 아이들은 퍼펫을 직접 만져볼 수 있었는데, 그때의 기쁨이 상당했던 것 같다.

인형극일 때에도, 화분을 엎어서 늑대, 오일통으로 파롱이 몸, 주름관으로 매의 발, 등을 표현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직접 만져보고 손을 끼워볼 수 있어 무척이나 신기한 모양이었다.

단순히 신기한 경험을 넘어서, 대상을 탐구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아주 좋은 영향력 중에 하나인 것 같다.

<파롱이>를 보고 와서는 곳곳의 사물들을 보며, 저런 것도 인형이 될 수 있냐는 질문도, 자기들끼리 부추의 마른 이파리를 헝클어 머리카락을 만들자, 같은 놀이로 전환이 되기도 하였다.

재활용이든 마른 잎이든, ‘무엇이든 인형이 될 수 있는 세계에 잠시 눈을 떴다고나 할까.

 

# 어른에게는

개인적으로 <파롱이>는 매끄럽게 이어지는 퍼펫터의 연기와 다양하게 변신하는 퍼펫들, 무언극이지만 관극의 집중도가 높은, 여러모로 재미난 극이었다.

특히나 파롱이의 절대 적이었던 들개가 사실 사냥꾼(인간)에게 소모되다 버려진 존재라는 점이 압권이었다고 생각했다. 들개가 그저 악역으로만 있지 않는 점이 말이다.

그러나 초반의 들개나 매(인지 독수리인지)나 고양이처럼 스치며 만나는 적들은 유명한 TV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처럼 야생의 일처럼 느껴졌는데,

그 와일드한 적들의 끝은 결국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이라는 메시지도 분명 알겠는데, 동물의 세계에서 갑자기 인간의 세계로 확장되는 느낌도 들었다.

 

또 아이에게는 부드러운 특훈으로 여겨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엄마인 나로서는 파롱이의 특훈이 훈련으로 느껴지지 않아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어쩌면 아이들과 어른들의 시선 차이일지도 모르겠는데, 파롱이가 산에서 특훈을 하고 엄마를 잃기까지의 과정이 스케치하듯 지나가 그 부분을 완전히 파악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큰 아이, 작은 아이는 모두 훈련인 것 같다라고 직관적으로 인지한 걸 봐서는, 동심을 잃은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이 조금 더 명확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 세 사람의 바람

 

다음에는 초등생 이상, 작고 아기자기하지만 지붕이 있는극장에서!

숨죽이고 집중하며 <파롱이>의 여정을 따라갈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