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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공식리뷰단] <제35회 춘천인형극제:코코바우 스타트> 아마추어 인형극 경연대회 _ 오판진 평론가
작성자시스템관리자
등록일2023-08-18 19:08:16

 

 

<35회 춘천인형극제 아마추어 인형극 경연대회 2023> 리뷰

 

오판진 평론가

 

1. 경연대회의 개요

 

202384()부터 6()까지 3일 동안 20개 아마추어 극단이 모여 경연을 진행하였다. 올해는 전과 달리 경연 외에도 프로극단 신작쇼케이스 관람, 관람투표진행, 인형극 워크숍과 특별초청작 관람 그리고 인형극전문가들과의 교류의 밤까지 다채로운 행사로 가득 찬 축제였다. 이번 경연대회의 심사위원으로는 극단 마루한의 예술감독인 김지웅, 금설복합예술소 대표인 송은경, 오판진 평론가를 위촉하였다.

경연 결과 대상은 칙칙폭폭인형극단의 <존엄을 외쳐요!>, 최우수상은 쌍한지령의 <거북이와 토끼>, 우수상은 협동조합 옥수수인형극단의 <혹부리영감>, 장려상은 꿈마루인형극단의 <달님 별님의 전설>, 연출상은  <Take my hand> 김창범 , 무대미술상은 동심인형극단의 <반짝반짝 작은 별>, 연기상은 펄스토이가 공연한 <호랑이꼬랑지는 길고 토갱이 꼬랑지는 짧아>의 호랑이역 백정순, 울산문화예술단 인형극회페인팅이 제작한 <못난이 내친구>의 고슴도치역 송은성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심사위원특별상인 코코상은 <바다로 간 노마>를 준비한 추곡초 산골짝개구리 극단이, 바우상은 <! 비밀이 있어요>를 공연한 도담도담인형극단이 받았다.

 

2. 경연대회 작품의 특징

 

인형극 극단이 준비한 작품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예술가의 부엌에서 준비한 <돼지와 여우>는 소수 관객의 공연 관람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이 공연의 의미와 가치가 남달랐다. 공연을 보는 관객 스스로 매우 특별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작은 무대 속에 회전하는 장치를 활용하여 무대 디자인을 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유연한 사고와 풍부한 정서를 함양할 수 있는 내용과 형식으로 만들어진 인형극이어서 앞으로 계속 주목할 작품이라 여겨졌다.

 

2. 연두콩 극단의 <차의 나라 여왕님>은 그림책 작가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여주는 형식의 인형극이었다. 그림책이라는 장르와 인형극이 만나는 독창적인 작품이었다. 특히, 일기장 안에서 찻잔이 움직이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상상하는 것을 촉진하는 인형과 장면을 많이 볼 수 있었고, 앞으로 인형 조종과 무대 위에 인형을 어떻게 배치할지에 관한 연출 부분이 보완된다면 더 재미있는 인형극이 될 것 같았다.

 

3. 꼼지락 극단의 <오늘도 나를 지키는 나>는 성희롱 성폭력 예방을 주제로 한 인형극이다. 대본에 나온 인물의 성격이 잘 표현된 인형을 만들었고, 인형 조종이나 목소리 연기도 준수하였다. 그런데 주제가 분명한 목적극이었기에 구성과 연출에 좀 더 고민이 필요해 보였다. 특히 대사와 장면 표현이 예술성을 중심으로 교육성을 녹여낸다면 관객이 크게 감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4. 추곡초산골짝개구리 극단이 제작한 <바다로 간 노마>는 어린이들이 중심이 되어 그림자극을 매우 잘 준비한 공연이었다. 그래서 심사위원특별상인 코코상을 받았다. 공연에 필요한 인형을 아주 공들여 만들었고, 인형을 잘 조종하려고 노력한 순수한 마음이 관객에게 잘 전달되었다. 많은 어린이가 모여서 연습하는 것이 어려웠을 텐데도 현재 수준까지 끌어올리느라 애쓴 흔적이 아주 확연하였다.

 

5. 겨자씨 친구들 극단의 <너는 언제나 소중하단다>는 주제를 선명하게 잘 전달하였다. 상처받은 노랑이가 회복해 가는 모습을 창작진이 공연에서 잘 보여주었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무심코 하는 말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특히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는 그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하였다. 살면서 겪는 많은 위기와 아픔에 적절하게 대응할 힘을 주는 귀한 작품이었다.

 

6. 동심인형극단의 <반짝반짝 작은 별>은 가정폭력이란 무거운 주제를 어린이의 눈높이를 고려하여 적절하게 구성하였다. 특히, 그림자극과 인형극으로 다채롭게 표현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공연을 보는 어른들은 가정폭력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어린이 관객들이 공연을 보면서 마음이 무겁지 않도록 대사와 표현의 수위를 조절하며 연기하고 연출한 창작진의 노력도 느낄 수 있었다.

 

7. 극단 토생원전의 <어디까지 가세요?>는 오브제와 마임, 마술 등으로 인물과 상황을 표현한 화려하고 멋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인형극 배우의 연기와 인형 조종술 모두 흠잡을 데가 없어 보였다. 앞으로 특정한 형태의 인형을 중심으로 여러 장르와 결합하여 공연을 제작한다면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창작진의 역량이 뛰어나기에 다음에 어떤 작품을 선보일지 기대된다.

 

8. 협동조합 옥수수인형극단의 <혹부리영감>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공연하는 모습을 아름답게 보여주었다. 장애인들이 인형을 움직이며 서사를 전개했고, 비장애인들이 해설과 라이어라는 악기 연주 등을 맡았다. 옛이야기인 혹부리영감을 각색하여 대본으로 삼았고, 해설을 적극 활용하여 구수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태를 취했다. 특히, 양모를 활용해 만든 발도르프 인형과 무대에는 색다른 따뜻함과 정성이 깃들어 있었다.

 

9. 두루미랑 극단의 <칠게와 흑두루미: 풍류섬의 비밀>은 전남 고흥에 전래하는 설화를 각색하여 간결하고 탄탄한 인형극 서사로 재구성하였다. 좁은 무대 공간에서 줄인형을 조종하고, 무대를 연출하여 다소 답답한 느낌을 주어 아쉬웠다. 칠게와 흑두루미 등을 줄인형으로 매우 정성을 들여 섬세하게 만들었고, 흑두루미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시원하고 멋있게 보여주지 방안을 찾는다면 더 멋진 공연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 극단 모임의 <정현 동화>는 침대를 우주선으로 설정하고, 다양한 그림을 보여주어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을 보여주었다. 옷걸이에 걸린 옷과 모자 등을 활용하여 인물을 표현한 장면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어른이 되어 가는 젊은이들이 점차 자기 생각과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며 생활하는 안타깝게 모습을 보여주었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라고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되길 바라는 메시지는 매우 가치 있었다.

 

11. 꿈마루인형극단의 <달님 별님의 전설>은 할머니 두 분께서 해설자 역할로 관객에게 옛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해님 달님>을 중심으로, <선녀와 나무꾼> 서사도 활용하면서, 마지막 장면에선 <팥죽할멈과 호랑이> 이야기까지 모두 세 가지 서사를 자연스럽게 엮어냈다. 옛이야기와 해설을 재미있게 결합하여 관객들이 숨죽이며 흥미 있게 관람할 수 있었다.

 

12. 울산문화예술단 인형극회페인팅이 제작한 <못난이 내친구>는 어린 학생들이 대사와 노래를 연습하여 공연하는 모습이 매우 대견하였다. 공연을 함께 준비하고, 큰 공연장에서 관객과 만난 경험은 평생 기억할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특히, 고슴도치 역할을 맡은 송은성 배우가 그 인물을 잘 표현하였기에 연기상을 받았다. 인형을 잘 조종하는 것은 재능과 함께 큰 노력이 필요하기에 그 노고를 인정받은 것이다.

 

13. 도담도담인형극단의 <! 비밀이 있어요>는 심사위원특별상인 바우상을 받았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예방 공연으로, 관객 참여를 자연스럽게 배치하여 호응이 높았다. 인형의 모습에 대본 속 인물의 특성이 잘 나타나 있었고, 인형을 적절하게 조종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특히, 성범죄를 당한 어린이의 마음과 행동이 장면 속에 잘 표현되었고,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은 어린이 관객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14. 칙칙폭폭인형극단의 <존엄을 외쳐요!>는 어린이의 관점에서 인권과 동물권을 얘기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여자라서 무시당하고, 또한 쉬지 말고 공부하라는 강요를 받는 어린이들이 동물실험실에서 뛰쳐나온 강아지와 함께 모여 존재의 가치를 주장한다. 부자 아파트 아줌마와 참전용사 아저씨의 훈계에 당당히 맞서다가 거리공연으로 존엄을 외치기 좋은 장소를 찾아 떠난다. 관절인형으로 등장인물을 적절하게 표현하였고, 인물의 움직임과 춤, 악기 연주까지 아주 훌륭하게 연기하였다.

 

15. 김창범의 <Take my hand> 에서는 세련된 무대 디자인과 호소력 있는 인형, 그리고 마임 연기를 보여주었다. 손주와 부인을 사랑한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이 공연에 잘 표현되었다. 또한, 그림자극을 다양하게 변주하는 연출과 연기가 매우 수준 높아서 품격 있는 인형극으로 완성되었다. 배우의 재능과 노력이 돋보였기에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을 선보일지 매우 기대되고, 응원하게 되었다.

 

16. 시흥갯골사회적협동조합의 <꼬마물떼새 피유>는 시흥갯골 염전에 찾아오는 여름 철새 꼬마물떼새와 염전에서 일하는 염부 사이의 우정을 주제로 한 줄인형극이다. 지난해 찾아온 꼬마물떼새가 어른이 되어 시흥 염전에 다시 찾아와 알을 낳고, 알이 부화한다. 그런데 황조롱이가 나타나 아기새를 잡아가려고 한다. 염부할아버지가 도움을 주어 아기새를 구하고, 그 아기새가 날 수 있게 되자 남쪽 나라로 떠난다는 것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17. 한가람인형극연구회의 <행복을 전하는 노래>는 유아를 대상으로 한 인형극이었다. 유치원생이나 그보다 어린 어린이집 유아를 관객으로 하기에 작품의 서사가 매우 단순하였다. 그리고, 인형 또한 유아 관객의 눈높이에 적절하게 텔레토비 인형과 같은 것을 제작하였다. 무대 위에서 연기할 때,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커다란 인형을 머리에 쓰고, 연기하며 춤을 춘 배우들의 노력과 유아를 사랑하는 마음이 객석에 전달되었다.

 

18. 쌍한지령의 <거북이와 토끼>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재능이 많지만 친구를 무시하고 놀리는 어린이(김토끼)와 재능이 부족하고 말까지 더듬는 친구(박거북)이다. 이들은 백설공주와 왕비 역할 등을 맡아 연습하는 과정과 공연하는 날 갑자기 벌어지는 일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한다.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와 그림자극의 매력이 잘 표현되었고, 서사에 흥미로운 반전이 있었으며, 대사에서도 생동감이 넘쳤다.

 

19. 펄스토이의 <호랑이 꼬랑지는 길고 토깽이 꼬랑지는 짧아>는 경상도 지역의 설화를 바탕으로 대본을 만든 작품이다. 우리나라의 소중한 방언을 대사로 사용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유머와 웃음이 가득한 공연이 많이 제작되어야 하는 측면에서 반가운 작품이었다. 정성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오토마타를 접목하여 인형극을 만들었다는 점도 특징적이었다. 이 작품에서 호랑이 역할을 훌륭하게 연기한 백정순 배우는 연기상을 받았다.

 

20. 한땀 극단의 <슴슴이의 딱지>는 어린이들이 흔히 범하는 거짓말에 초점을 맞추었다. 어느 날 특별한 생각 없이 한 거짓말이 점점 커져서 수습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거짓말을 인정하고 사과함으로써 상대방과의 소통이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인형극으로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땅바닥에서 하는 놀이인 딱지치기를 인형극에서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이를 적절하게 연출하였다.

 

 

3. 경연대회의 심사 총평

 

심사위원들이 발표한 심사 총평은 다음과 같다.

35회 춘천인형극제 아마추어인형극경연대회에 참가해 주신 모든 극단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이번 대회의 심사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인형극이라는 장르 안에서 대본 구성과 연출이 어떠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둘째, 인형과 무대를 얼마나 정성껏 만들었는지, 셋째, 인형극 연기와 공연 태도를 보면서 좋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를 가늠해 보았습니다.

올해는 프로에 버금가는 역량을 보여준 팀과 아마추어다운 패기와 진솔함이 가득한 팀 등 다양한 팀들이 참여했습니다. 특히, 인물 캐릭터를 분석하여 적절한 재질과 크기로 인형을 만들고, 관객과 대극장 무대 등 공연장 맥락을 잘 파악하여 인형극을 제작한 극단이 있었습니다. 또한 무대와 구성, 연출, 연기 등 모든 면에서 인형극의 본질을 이해하고 훌륭한 화면구성을 보여준 극단도 있었습니다. 이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인형극 극단이 얼마나 많이 고민하면서 노력했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한편, 어린이 관객을 향한 교육이란 목적의식이 다소 지나쳐서 공연에서 너무 직설적인 대사나 표현을 한 팀이 있었는데요, 교육과 함께하는 예술적인 공연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목소리 연기를 할 때 톤을 어떻게 할지, 캐릭터에 어울리는 목소리인지 등도 연습할 때 더 점검하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아마추어인형극경연대회에서 더 감동적인 인형극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참여해 주신 모든 분께 큰 박수를 보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