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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ppet Review] 제34회 춘천인형극제 총평 - 작성자 오판진
등록일2022-09-29 17:29:58

오판진

저자소개

- 공연과이론을위한모임 편집위원

- 서울대학교 박사 졸업

- 서울대, 서울교대, 전주교대, 공주교대 외 다수 출강

 

34회 춘천인형극제 코코바우 시어터 행사는 826일 금요일부터 94일 일요일까지 춘천인형극장과 축제극장 몸짓, 육림랜드 등에서 진행되었다. 재단법인 춘천인형극제가 대규모 퍼레이드와 국내외 인형극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연과 여러 부대 행사를 준비하여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축제 마지막 날에는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고 있어서 관객과 인형극인의 안전을 위해 공연을 취소하였고 국내 경연작 한 작품만 공연하였다. 이번 축제를 통해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인형극을 대면으로 볼 수 없었던 아쉬움을 달랬다. 수많은 어린이와 어른들이 인형극을 관람하고 여러 행사에 참여하며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다.

 

<보통인간>은 윤혜진, 이대열, 이재홍이 공동창작하고, 이대열이 연출하였으며, 윤혜진과 이재홍이 배우로 출연한 하이브리드 인형극이다. 하이브리드 인형은 상반신이 인형이고, 하반신은 배우의 몸이며, 한 손으로 인형의 머리를 잡고, 다른 손으로 인형의 한쪽 팔을 움직이는 게 특징이다. 이 작품을 만든 ‘JHJ프로젝트는 음악가이자 창작공연가인 윤혜진과 광대공연가이자 퍼펫티어인 이재홍이 함께 만든 프로젝트 단체이다. 공연에는 재능이 탁월해서 인기가 많은 디바 루비와 그녀처럼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는 극장 청소부 로라가 등장한다. 매력적인 외모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의 본능이겠지만, 지나친 욕망 추구로 생길 수 있는 결과가 좋을 수만은 없다. 인형극의 내용뿐만 아니라 인형극의 연기에서도 남다른 모습을 보여준 이 인형극은 어른을 위한 인형극으로 부르기에 적절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겐 금지되는 성인만이 즐길 수 있는 내용과 표현은 인형극이었기에 가능했고, 앞으로 인형극이 개척해야 할 흥미로운 장르로 보인다.

 

<승무인형극-나빌레라>는 최민자가 연출하고, 최민자, 최명희, 이영희가 배우로 무대에 선 복합인형극이다. 이 공연을 만든 인형극단 부엉이곳간2010년 창단하였고, 판소리와 민요, 전래동화, 순수 창작 등 다양한 인형극을 만든 단체이다. 이 작품은 전통무용과 인형극이 만난 뜻깊은 기획의 결과인데, 승무의 춤사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애를 많이 썼다. 관객들은 이 인형극을 본 후 직접 승무를 감상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공연의 시각적인 면뿐만 아니라 국악기와 현악기를 적절하게 사용한 청각적인 면에서도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려는 극단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고, 앞으로도 우리 문화에 관한 관심을 계속 이어가길 응원한다.

 

<동생을 찾으러>는 차선희가 연출하고, 차선희와 서동미가 배우로 출연한 인형극이다. 방정환 선생님의 탐정동화를 각색한 작품으로 지점토를 활용하여 인형을 만든 점이 특징이다. 주요 인물로는 사라진 동생 순희를 찾는 용감한 오빠 창호와 한국인을 탄압하는 일본인이 등장한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역사 소재의 작품이 그동안 상당히 요청되었는데, 이런 관객의 목소리에 호응하는 인형극계의 화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형극의 경계가 시대적으로도 확장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볼 수 있어서 매우 반가웠다.

 

<드라큘라와 음악 선생님>은 극단 간세쟁이가 제작한 작품인데, 박연철이 연출하고 무대에 선 테이블 오브제 인형극이다. 인형 자체가 매우 창의적이었는데, 남자 구두를 활용하여 드라큘라를 만들었고, 여자 구두로는 음악 선생님을 표현하였다. 인물의 성격 또한 차별적이었는데, 채식주의자인 드라큘라와 노래에 재능이 없는 음악 선생님이라는 설정이 그것이다.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편견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대상을 바라보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는데, 그 내용에 공감이 가서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고개가 자연스럽게 끄덕여졌다. 그리고 조금은 천천히, 느릿하고 게을러 보이지만 주위를 보며 천천히 예술을 즐기자는 뜻이 담긴 제주 방언인 간세쟁이의 의미 또한 공연의 내용과 연출에 잘 녹아있었다.

 

<츄태후의 고향>은 극단 즐거운 사람들과 베트남 수상 인형 극단이 제작하였다. PHAN THANH LIEM이 연출하고, PHAN THANH LIEM, DUONG VAN PHO 3명의 배우가 무대에 섰다. 1121년 리 왕조 때 시작한 베트남 수상 인형극은 긴 역사를 자랑하는 베트남의 전통 공연예술이다. 인형의 발아래가 물에 잠겨있고, 인형이 물 위에 떠서 움직이며 연기를 펼친다. 인형을 조종하는 배우들은 대나무 장막 뒤에서 인형처럼 물에 잠겨서 인형이 달린 대나무를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벼를 심는 농민들과 물고기를 잡는 모습, 금빛 거북이와 용과 유니콘과 불사조의 춤 등 베트남의 일상과 전설을 바탕으로 하여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것이 공연의 주요 내용이다. 짧은 에피소드들의 의미와 이 공연의 가치를 알고 보거나, 공연을 시작하기 전이나 공연하는 중간에 해설을 덧붙인다면 우리나라 관객들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 ROBOT 2022 >Marek b. Chodaczynski가 연출하고, DAVID ZUAZOLA가 무대에 선 테이블극이다. 스페인 출신 다비드 주아졸라는 2020년 폴란드의 유니아 니에모즐리베 극단과 합작하여 로봇(Robot)’이라는 작품을 공동 제작하였고, 이 작품을 계속 발전시켰다. 최근 연극계에서 AI에 관한 공연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 작품 또한 인형극계에서 로봇을 매개로 하여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성찰하는 매우 뜻깊은 공연이다. 다양한 인형과 무대장치, 조명 등으로 정교하고 상징성 높은 테이블 극의 정수를 보여주어 관객들의 마음을 훔친 작품이었다고 평가한다.

 

<거리 위의 빨간 모자>는 창작놀터 극단 야가 만든 공연으로 널리 알려진 <빨간 모자> 이야기를 대화 중심의 2인극으로 코믹하게 각색한 공연이다. ‘늑대빨간 모자를 맡은 두 배우의 연기가 선명하게 대조를 이루면서도 능청스럽고 여유 있어서 매우 흥미롭게 관람하였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인형극을 볼 때 어른들은 내용을 다 알기 때문에 다소 지루한 경우가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배우들의 뛰어난 화술 덕분에 뻔하지 않은 묘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블랙라이트 <종이아빠>는 아트컴퍼니 행복자가 만든 블랙라이트 인형극이다. 홍경숙이 연출하고 박현석과 안주영이 배우로 무대에 선 작품이다. 아트 컴퍼니 행복자는 종이 아빠라는 그림책의 서사를 바탕으로, 블랙라이트라는 특수조명 장치를 활용하여 환상적인 인형극을 선보였다. 공연 전 관객에게 종이를 나눠주고 비행기를 접게 한 후 공연 중간에 이를 사용함으로써 관객을 공연의 주체로 만든 부분도 의미 있고 인상적이었다.

 

<팥죽할멈과 호랑이 시즌2>()전통연희놀이연구소가 만든 복합인형극이다. 정재일이 연출하고, 박훈규, 정재일, 최지욱, 강미화, 김선월, 박시우가 배우로 무대에 섰다. 강령탈춤에 뿌리를 둔 기본이 탄탄한 이 극단은 1999년에 설립되었고, 그동안 관객들이 전통문화예술에 관한 관심과 감수성을 기를 수 있도록 많은 연희극 작품을 만들었다. 특히, 공연 시작 전이나 중간, 끝에 관객들이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관객참여형 공연을 이어가고 있어서 예술적으로뿐만 아니라 교육적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호평받고 있다. 탈춤의 미얄과장사자춤대목을 <팥죽할멈과 호랑이>라는 민담과 결합하여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창의적인 내용을 만들어서 관객들이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었다.

 

< My Shadow and Me >는 영국 출신 Drew Colby가 만든 손그림자 인형극이다. 드류 콜비가 연출하고 직접 무대에 선 1인극 공연으로 자기 손과 자기 상체 그림자를 활용하여 다양한 인물과 상황을 보여주었다. 고양이와 개, 비둘기, 캥거루, 거북이 등 여러 동물과 사람, 키스, 낙타를 탄 사람 그리고 그런 그림자들과 어우러진 음악. 의미와 재치가 빛나는 환상적인 그림자극이었다. 감탄과 환호가 공연을 보는 내내 흘러나왔다.

 

<그의 하루>는 예술무대 산이 만든 넌버벌 인형극이었다. 조현산이 연출하고, 조현산, 류지연, 최석원, 송정수, 서현진, 박형채가 배우로 무대에 섰다. 무대에는 어렸을 적 꿈과 희망과 달리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힘들고 지친 모습이 잘 나타났다. 이와 함께 바닷가에서 파도 소리를 듣고 물고기랑 노는 모습에서 인간의 근원적인 꿈과 행복을 읽을 수 있었다. 사람과 인형이 함께 등장하고, 인형의 종류도 매우 다양했으며, 인형의 형태와 크기도 모두 달라서 무대가 풍성하면서도 매우 독창적이었다. 무언극이었기에 관객은 스스로 상상하는 즐거움을 크게 느꼈고, 외국인도 이 공연을 부담 없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대사의 장벽이 없고,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특히 공감할 수 있겠다 싶기 때문이다.

 

< EH Man He >는 스페인 라 가리가에 기반을 둔 프로젝트 그룹 Zero en Conducta가 만들었다. 인형과 현대무용이 협업하는 공연이었는데, Julieta Gascon이 연출하고, Aurore Lacombe 4인의 배우가 출연했다. 최근 본 어느 공연보다도 인상적이고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형과 현대무용이 매우 수준 높게 만났기 때문이다. 특히, 인형 조종이나 배우들의 연기와 움직임, 함께 만들어낸 앙상블이 아주 뛰어났다. 인형과 인간의 존재에 관한 질문과 성찰이 공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인간과 인형의 차이는 무엇인가? 배우가 인형을 조종하여 인형이 숨을 쉬기 시작하고, 정서를 표현하기 시작하면 인간과 인형 사이엔 무슨 차이가 있나? 이런 철학적인 질문과 미학적인 탐색이 놀랍게 어우러진 이 작품은 아마도 제34회 춘천인형극제 작품 가운데 최고가 아닌가 싶었다. 공연 후 객석과 로비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세상에 이런 작품이 있다니, 믿을 수 없다.” “오늘 은혜받았다.”, “이 작품은 내 인생작이다.” 필자도 이 작품을 춘천에 초대한 축제 관계자에게 큰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공연 제목인 ‘EH Man He’는 고대 북미 인디언 말로 서로 다른 영혼을 뜻한다고 한다.

 

<꼬마농부 라비>는 두근두근 시어터가 만든 복합인형극이다. 그림자극과 손인형극, 오브제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공연을 만들었다. 연출은 장정인, 조성진이 맡았고, 조성진, 김은정, 김시혁 배우가 무대에 섰다. 식물을 사랑하는 두더지 라비가 주인공이다. 두더지가 농사를 망친다고 생각하는 농부 아저씨는 라비를 미워한다. 그러나 라비는 그것이 오해이며, 자신은 훌륭한 농부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뭇가지를 땅에 심어 예쁘게 키우기로 결심한다. 불가능해 보이는 이 일을 라비는 잘 해낼 수 있을까? 어린이 관객에게 노력과 끈기를 통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싱싱하고 향기로운 작품이었다.

 

< CACOS, The Funny thieves >는 스페인의 CQP Produccions가 만든 거리극이다. Jordi PedrosCristina Garcia가 연출하였고, Aitana Giralt 3인의 배우가 연기하였다. 필자가 춘천인형극박물관을 살펴본 후 밖으로 나와 보니, 외국인 배우들이 죄수복을 입고 복면을 한 상태에서 커다란 코를 달고, 박물관 옥상에서 줄을 타고 밑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교도소에서 방금 탈옥한 도둑이라고 설정한 상태이며, 커다란 금고를 하나 훔쳐 그것을 열려고 했다. 그런 가운데 한국인 관객들과 즉흥적으로 만나서 다양한 연기를 하였다. 관객에게 다가가 물건을 달라고 하기도 하고, 그 물건으로 코믹한 상황을 표현하기도 했다. 존재감 없이 유쾌한 이 도둑들은 관람하는 거리의 시민들에게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최소한 물질적 가치는 아니라고 보여주는 것 같았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즉흥연기를 보며 놀라면서도 즐거워했고, 환한 미소와 웃음소리가 참여하는 관객의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다.

 

< Kaguya >는 일본인 Noriyuki SAWA가 만든 가면 인형극이다. 배우는 가면을 착용하고 연기를 하면서 다양한 인형들과 상호작용하여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일본 전설에 관한 배우의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내용과 형식 모두 낯설어서 그런지 관객들은 그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서사 전달력이 조금 약한 것 같았다. 아마도 그는 공연보다는 인형 제작에 특기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최근에 도교올림픽 2020-21을 위한 거대한 인형 프로젝트 “MOCCO”를 감독하면서 제작한 인형과 이전에 만든 다른 인형들도 관객에게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인형 캐릭터의 독창성과 인형을 움직이는 능력은 매우 우수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