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상하의와 검은 장갑을 끼고 검은 선글라스를 낀 공연자가 등장할 때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프란츠 카프카의 짧은 소설 ‘돌연한 출발’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그는 직접 소설을 읽으며 공연을 시작한다. 이동하기 좋은 크기의 테이블 위에 말과 기수가 달린다.

테이블에 장착된 조명이 달리는 말의 움직임을 더욱 역동적으로 만들고, 공연자는 호스를 통해 스모그를 불어넣어 작은 테이블을 완전한 무대로 보이게끔 한다.

‘줄거리’라고 할 만한 요소는 없을지언정, 쉬지 않고 달리는 말과 기수, 그들이 지나쳐가는 풍경들을 보고 있다 보면 소설 ‘돌연한 출발’에서 화자가 말하는 목적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의 목적지는 ‘이 곳이 아닌’ 곳이라고 했다. 테이블 위의 말은 ‘이 곳’에서 끊임없이 벗어나고 또 계속해서 ‘이 곳’에 도착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계속 달린다.

역동적인 말의 움직임과 레일을 활용한 풍경의 움직임, 빛과 스모그가 보여주는 몽환적인 그림, 공들여 편집한 것이 느껴지는 음악, 그 모든 것을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구와 노력, 더욱이 일장일딴 컴퍼니의 전작에서도 느꼈던 공연자의 멋진 애티튜드가 공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는 아무래도 관객이 어느 지점에서 탄성을 지르는지, 어떻게 하면 멋지게 보일 수 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이 작품이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나기를 바라고, 개인적으로도 앞으로 다시 볼 수 있기를 희망하는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