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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공식리뷰단] <겨울:코코바우이글루> 관람자 박민정
작성자시스템관리자
등록일2022-01-21 10:39:08
► 공식리뷰단: 박민정 (초등학교 교사)
► 관람 작품: 해를 낚은 할아버지(극단 로.기.나래), 돌연한 출발(일장일딴 컴퍼니)
► 관람 일시: 2021년 12월 22일~24일
► 관람 장소: 춘천인형극장 대극장

 

♦ 해를 낚은 할아버지 _ 극단 로.기.나래

해가 바다에 빠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형극 해를 낚은 할아버지는 밤바다의 잔잔한 물결 위로 작은 배 한 척과 할아버지가 등장하며 시작된다. 주인공인 할아버지는 대왕고래도 낚을 정도로 아주 대단한 낚시꾼이다. 어느 날 할아버지의 낚싯줄에 묵직한 무언가가 걸리고 큰 물고기라고 생각한 할아버지는 온 힘을 다해서 낚싯줄을 잡아당긴다.

이제야 낚았다고 생각한 순간, “풍덩!”하고 할아버지가 낚은 해가 바다에 빠지고 만다해가 바다에 빠지자 바다는 뜨거워진다, 오늘날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처럼.

할아버지가 동물들과 머리를 맞대고 찾은 해결책은 차가운 달을 낚아서 바닷속으로 넣는 것. 각고의 노력 끝에 달마저 빠진 바다는 온도를 되찾았지만 온 세상이 캄캄해져버린다. 어두워진 세상, 모든 걸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한 할아버지와 바다 동물들의 모험이 극의 본격적인 전개를 이끈다.

일단 제일 먼저 감탄을 자아냈던 건 무대 연출이었다. 파도가 치는 것처럼 너울거리는 바다와 파도 소리, 그리고 정교하게 재현된 바다 생물들의 움직임이 마치 실제 바다를 보는 듯 황홀한 느낌을 자아냈다. 해파리가 깜깜한 바다를 밝혀주거나 북극 하늘에 오로라가 펼쳐지는 장면도 극에 환상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전래동화를 떠오르게 하는 요소와 환경문제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지점을 잘 교차시켜 놓은 것 또한 흥미로웠다. 뜨거운 해와 차가운 달은 불개이야기를 떠오르게 했고 거북이가 해를 구하러 가거나 범고래들이 달을 구하러 가는 장면은 별주부전에서 토끼 간을 구하러 떠난 자라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해를 낚은 후 뜨거워진 바다에 떠내려온 북극곰은 기후 위기와 엮어서 고민해볼 여지를 제공했다. 개인적으로는 환경문제로 극의 흐름을 읽는 게 재밌었지만 극에서 그 부분을 내세우거나 강조하지 않아서 더욱 좋았다. 다양한 관점에서 관객들 스스로 극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존중하는 느낌이었다.

인형극을 본 후 돌아와 아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어떤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았는지 물어보자 달과 해를 원래 자리로 돌려놓은 마지막 장면에서 오로라가 너무나 아름다웠다.”고 말한 아이들이 많았다. “바다 동물들이 북극으로 갈 때 가까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저는 범고래랑 하이파이브도 했어요!”라며 배우들이 관객석으로 내려왔을 때 설렜다고 이야기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그 외에도 할아버지가 해를 낚은 장면, 범고래가 바닷속의 달을 찾아온 장면 등 아이들은 다양한 장면을 기억하고 즐거워했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작품을 보고 난 뒤 시인과 촌장의 곡 풍경의 가사가 떠올랐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과연 아름답게 돌아가고 있는지 생각했을 때, 아이들에게 어떤 미안함이 들었다. 우리가 보는 풍경이 옳지 않다면 이것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잔잔한 메시지를 던진 작품이었다.

 

♦ 돌연한 출발 _ 일장일딴 컴퍼니

극은 프란츠 카프카가 쓴 동명의 소설 낭독으로 시작된다. 소설 속 주인공은 말을 타고 여기가 아닌 곳으로 계속 가고자 한다. 짧은 낭독이 끝난 후, 무대 위에 말과 기수가 등장하고 소설의 내용처럼 여기가 아닌 곳으로 쉼 없이 달리기 시작한다.

말은 별빛이 아름다운 사막을 홀로 달리기도 하고, 경주마가 된 듯 다른 말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트랙 위를 달리기도 한다. 마지막에는 무대를 벗어나 그림자가 되어 무대 벽면을 자유롭게 달리는 장면으로 극은 끝을 맺는다. 컨베이어 벨트 위로 구성된 시간적 흐름이 흥미로웠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한 번에 와닿지는 않았다. 대신 남은 의문점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여기가 아닌 곳으로 계속 달리던 말은 무엇을 표현한 것일까? 매일매일의 삶을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표현한 것일까. 아니면 시간 그 자체를 표현한 것일까. 레일 위에서 괴로워하는 모습으로 떨어지던 사람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경주마 트랙 위의 첫 번째 말과 마지막 말의 위치가 고정되었던 이유는 극복할 수 없는 현실을 의미하는 것일까.

명확하지 않아도 잔상으로 남아 마음을 끄는 것들이 있다. 어쩌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돌연한 출발은 내게 그런 인상적인 잔상으로 남을 것 같다. 살아가다가 어느 날 나의 현실과 겹쳐 보여 감상에 잠긴다거나, 술자리의 넋두리로,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이야기에 대한 대답으로 종종 꺼내보게 되지 않을까 한다.

나는 어느 풍경을 달리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는가. 지금의 나는 달리는 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레일 위를 벗어나 달리던 말은 여기가 아닌 곳으로 떠나야만 한다고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