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는 의자와 보면대, 악기가 셋팅되어 있었다. 인형극이 펼쳐질 무대라고는 상상되지 않았지만, 전통악기와 피아노, 그리고 소리가 어우러져 퓨전 국악 연주로 시작되는 공연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리고 음악과 함께 무대 후면에 걸린 스크린 너머로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상주 지방의 ‘공갈 못’이라는 저수지에 대해 내려오는 옛 이야기는 이러하다. 상주 지방의 가난한 집에 ‘공갈’이라는 남자 아이가 태어난다. 공갈이의 부모는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일을 하며 공갈이를 사랑으로 키웠다. 한편 아주 오래 전에 만들어진 이 고을의 저수지는 우리나라에서 크고 유명하지만, 계속해서 둑이 무너져 내려 물이 넘치고 그 지방에 사는 사람들을 괴롭히기 일쑤였다.
하여 지방의 원님은 백성들에게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말로 세금과 재물을 걷고, 노역을 하도록 명한다. 가난한 공갈이의 부모는 세금을 내지 못하고 오랜 기간 더 많은 노역을 하다가 병이 든다. 그럼에도 저수지는 계속해서 사람들을 괴롭히고, 마침내 마을에서는 큰 굿판이 열린다. 무당은 ‘열두 살이 된 남자아이를 저수지에 제물로 바치라’는 말을 하고, 원님은 제비뽑기로 제물이 될 아이를 고르겠다고 한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 아이를 제비에서 빼달라고 뇌물을 바치고, 결국 가난한 집의 공갈이가 제물로 바쳐지고 만다. 그리고 공갈이가 던져진 저수지는 셀 수 없이 많은 연꽃으로 가득 찬다.
가난 속에서도 가족을 지키려 애썼던 공갈이네 이야기는 결국 슬프게 끝나버린다. 공갈이의 부모는 아이를 잃은 슬픔에 빠지고, 사람들은 저수지에 던져진 공갈이의 넋을 기리며 그 때부터 ‘공갈 못’이라는 이름으로 저수지를 부른다. 신기하게도 저수지의 둑은 더 이상 무너지지 않지만, 그 부모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이야기는 영상과 퓨전 국악이 어우러진 그림자극으로 펼쳐지는데, 개인적으로는 영상과 그림자 인형이 어떻게 합을 맞췄는지 그 연습과정이 궁금했다. 소리꾼의 목소리도 극과 매우 잘 어울렸고, 인형을 조종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기대하지 않았던 스케일의 그림자극을 만나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러닝타임이 길고 지루한 감이 있지만, 한국의 전통미가 드러나는 복합장르 인형극이라는 점에서 색다른 경험을 많은 관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