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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공식리뷰단] <겨울:코코바우이글루>_ 관람자 강동주
작성자시스템관리자
등록일2022-01-21 10:27:51
► 공식리뷰단: 강동주 (극작 플랫폼 작두)
► 관람 작품: 해를 낚은 할아버지(극단 로.기.나래), 핸드메이드 시어터(동그라미 공방), 돌연한 출발(일장일딴 컴퍼니)
► 관람 일시: 2021년 12월 22일~24일
► 관람 장소: 춘천인형극장 대극장

 

♦ 해를 낚은 할아버지 _ 극단 로.기.나래

<극단 로..나래>해를 낚은 할아버지를 관람하기 전 대극장에 알맞은 규모의 공연이라는 정보를 알게 되어 내심 기대가 되었다. 할아버지가 해를 낚았다는 제목과 대극장 공연이라는 점에서 어쩐지 스펙타클함이 강하게 느껴졌다.

시작부터 무대 위에 가득 차 일렁이는 파도, 극장의 삼면을 스크린 삼아 펼쳐지는 바다 위와 바다 속 아름다운 풍경, 그곳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다양한 종류의 바다 친구들, 그리고 어부 할아버지와 바다 친구들의 우정(!)이 완벽한 동화처럼 그려진다. 뮤지컬에 버금가는 노래가 계속 흐르고, 내용도 어렵지 않기 때문에 관람석에서 눈빛을 빛내던 어린이들이 이야기에 더 집중하며 그 아름다운 동화를 완성시켜 주었다.

상상력에 한계를 두지 않은 듯 무대는 바다 위와 바닷속을 오간다. 특히 많은 바다 친구들이 등장하는데, 크기와 생김새, 특성에 따라 인형의 소재를 달리하거나 서로 다른 움직임을 표현하는 점에서 아주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북극으로 가는 길에 할아버지와 친구들이 모두 함께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객석을 통해 그 행렬을 이어가는데,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커다란 즐거움을 주는 이벤트였다.

인형극에서 이런 역동성을 느낄 수 있어서 매우 새롭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극단 로..나래>해를 낚은 할아버지는 앞으로 대극장에서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또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객석과 로비에서 공연을 즐기던 어린이들의 들뜬 목소리에서 다시 할아버지와 바다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핸드메이드 시어터 _ 동그라미 공방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소극장이 아닌 로비에서 공연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공연장의 로비라는 어쩌면 일상적인 공간이 공연장으로 변신하며 꽤나 새로운 느낌을 주었고, 염려보다 훨씬 집중할 수 있었다. 그것은 아무래도 인형과 무대를 직접 만들고,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도록 디테일하게 준비해 온 공연자들의 힘이 컸다.

<동그라미 공방>핸드메이드 시어터는 짧은 네 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공연이다. 첫 번째 이야기가 끝나면 공연자들은 관객들을 이끌고 두 번째 무대로 이동하는 식이다. 관객들은 마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신속하고도 자연스럽게 다음 무대에 이끌린다. 각 이야기의 소재도, 인형의 소재도 다르다. 공연자들의 테크닉과 호흡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아기자기한 소품도 공연을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대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약간 지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어른을 위한 동화같은 느낌이 강했는데, 짧은 시간 동안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유영하는 고래, 꿈을 켜는 소녀, 마법에 걸린 모자, 유기견과 할머니의 동행 등 소소하지만 웃음이 새어나오는 행복한 이야기들이 나는 참 좋았다.

극장이 아닌 공간에서 진행되는 공연에서 오히려 많은 것들을 얻게 된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이 공연이 우리의 일상적 공간, 카페나 도서관, 공원 등에서 관객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 돌연한 출발 _ 일장일딴 컴퍼니

 

<일장일딴 컴퍼니>돌연한 출발은 이미 몇 달 전에 관람했던 공연이었지만, 이번에 대극장에서 공연한다고 해서 또 다른 기대감을 갖고 꼭 관람하고 싶었다. 한 손에 들어오는 말 인형으로 작은 소극장에서 보여줬던 이야기 속 풍경은 정말 드넓고 끝이 없었기 때문이다.

역시 검은 상하의를 입고 검은 모자와 검은 장갑, 검은 선글라스까지 쓴 공연자가 등장하여 수줍은 듯 차분하지만 명확한 어투로 관객들에게 자신이 들려줄 이야기에 대해 설명한다. 카프카의 짧은 소설 돌연한 출발에서 시작된 이 공연은 짧기 때문에 상상의 여지를 크게 남겨둔 그 소설처럼 단순하면서도 힘 있고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이곳이 아닌 곳에 도착하기 위해 쉼 없이 달리는 말과 기수, 그리고 그들이 지나치는 풍경은 아주 단순하게 묘사되지만, 음악, 조명, 특수효과, 그림자 등을 통해 그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또한 이번 대극장 공연에서는 카메라를 이용해 무대 뒤쪽에 영상으로 말이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대극장에서 공연하기에 작은 규모일 수도 있는 이 공연의 특징을 잘 살려서 오히려 관객들이 끝까지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훌륭한 장치였다고 본다.

지난 시즌에도 재미있게 보았던 <일장일딴 컴퍼니>돌연한 출발이 대극장에서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어쩐지 기쁘고 뿌듯한 기분이었다. <일장일딴 컴퍼니>의 새로운 작품을 만날 때가 기다려진다. 그 때에는 공연자의 감사 인사처럼 목숨 걸고 공연장을 찾는 일이 없도록 코로나19가 사라져 있다면 더 신날 것 같다.